사실 몸으로 먼저 알았어요. 드디어 나도 확진자 대열에 합류했나 보구나 하고요. 왜 보통 인후통이라고 하면 '어라, 목이 좀 칼칼하네?'하는 증상부터 시작해 며칠에 걸쳐 부어오르는 게 일반적이잖아요? 그런데 얜 인정사정없더라고요. 하룻밤 만에 침 한 번 꼴깍 하는 것조차 고역이 되어버렸어요. 간호사는 내 몸에 열이 38.4°C까지 올랐댔는데 그저 한없이, 한없이 추울 뿐이고요. 누구한테 얻어맞은 기억도 없는데 몸 여기저기가 쑤시고 아려서 거북이처럼 기다시피 걸어야 했어요.
그런데 제가 이날 아침으로 뭘 먹었는지 아세요? 얼음 갈린 딸기 밀크쉐이크요. 별안간 딸기 밀크쉐이크가 간절해져 배달을 시키고는, 달달 떨며 1/3가량을 쪽쪽 빨아마시고 (너무 추워서 더는 못 마시겠더라고요) 병원으로 향했답니다. 재밌는 건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는 거예요. 격리 기간 내내 딸기주스색 털실로 짜여진 가디건을 걸쳐 입고 있었어요. 이마트 쓱배송으로 딸기맛 가글도 하나 사다두고요. 몸이 좀 살만해지고부터는 딸기맛 아이스크림 한 통을 꺼내놓고 부드러워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차가운 연분홍색 크림을 한 덩이 두 덩이 떠먹었죠. 어째서 진짜 딸기, 그러니까 생딸기는 먹고 싶어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어요. 딸기를 씻어먹을 기력까지는 없었던 걸까.
딸기주스색 가디건을 입고 있으면 아주 조금은 달콤한 기분이 났어요. 물론 컨디션은 그렇지 않았지만, 눈으로라도 그런 기분이 들었다 이 말이에요. 웃기지만 그게 작은 위안이자 위로가 되었답니다. 아파 죽겠어도 나는 딸기주스색 가디건을 입고 있고, 그것쯤은 침대에 누워서도 눈길 한 번이면 바라볼 수 있고, 그럼 이상하게 조금 안심이 돼요. 좋아하는 무언가를 곁에 둔다는 건 그런 건가 봐요. 그래요, 아플 때마다 딸기 친구들을 가까이하게 되는 건 바로 그런 이유일 거예요.
*원래도 딸기우유색 좋아해요. 조금 많이!